언론보도


美 학생 25명 교실, AI 선생님도 25명… 한국은 한 화면 원격수업

관리자 2021-05-13 조회수 83

美 학생 25명 교실, AI 선생님도 25명… 한국은 한 화면 원격수업

[글로벌 교육 혁신의 현장] [1] 공교육 살리는 AI


2021.05.10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공립중학교 주빌리아카데미의 한 교실. 25명 학생들이 노트북에 깔린 ‘매시아(MATHia)’라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각자 수학 공부를 시작한다. 정규 수업을 마친 뒤 각자 진도율에 따라 어떤 학생은 일차방정식 문제를 풀고 어떤 학생은 연립방정식 개념을 익힌다. 진도가 가장 빠른 학생은 방정식 챕터를 마치고 기하학을 시작했다. 한 교실에서 25개의 서로 다른 수준별 수업이 열리는 것이다. 담임 교사는 1명이지만 학생마다 한 개씩, 25개의 ‘AI 튜터’를 둔 덕이다. 중학교 교사인 세라 스태들러씨는 “학생들이 배우는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AI를 통해 극복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핀란드 AI수업 - 핀란드에서 학생들이 각자 노트북을 들고 인공지능(AI) 기반의 학습 소프트웨어로
공부하는 모습. 핀란드 학생 30만명은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일대일 맞춤형 수업을 듣는다.
핀란드 공교육권 전체 학생의 절반이 AI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다. /유네스코

영국 런던 알드리지아카데미에선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에게 ‘서드 스페이스 러닝(TSL)’이라는 일대일 온라인 과외 강사를 붙여준다. TSL이 고용한 강사가 과외 교사처럼 학생들을 개별 지도하는데, AI가 감독관 역할을 한다. 일대일 대화형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AI는 음성 인식으로 수업을 모니터링하면서 학생들이 어느 대목에서 개념 이해가 덜 됐는지 찾아내 강사와 담임교사에게 알려준다.

1년 5개월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세계 각국의 교실은 붕괴 직전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 “가르치기 힘들고 배우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대면 교육이 가능한 곳에선 한 교실에 1명 담임교사가 같은 문제로 수십 명 학생을 동시에 가르친다. 비대면 원격 수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가 제공한 수업 내용이 똑같기 때문에 학생들은 모두 같은 화면을 볼 수밖에 없다. 성적이 뛰어나거나 뒤처지는 학생 모두가 수업에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혁신적인 수업 방식으로 교육 공백을 뛰어넘는 학교들이 있다. AI 튜터가 대표적이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2019년 보고서를 통해 “AI 교육은 학생마다 맞춤형 교육이 실현돼 성적이 모두 올라가는 ‘상향 평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매시아’를 만든 카네기러닝사(社)에 따르면, 현재 미 전역에 AI 튜터로 배우는 학생이 60만명을 넘은 상태다. AI를 통한 학력 향상이 확인되자 영국 정부는 작년 11월 TSL을 ‘국가 과외 프로그램’으로 공식 선정했다. 현재 2700여곳 학교에서 8만명 넘는 학생들이 TSL로 공부한다.

조영달(사회교육과 교수) 서울대부설 학교진흥원장은 “과거 한국 교육은 강도 높은 학습 스케줄과 사교육 의존으로 높은 학업 성취도를 이끌어 냈지만 지금은 이마저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라며 “AI를 도입해 과학적·체계적으로 학생들을 관리하는 선진국 모델을 따라가지 못하면 ‘교육 강국’ 타이틀을 뺏기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교실에서 이뤄지는 오프라인(off-line) 수업이나 원격 수업 같은 온라인 수업에 AI 교육을 도입한 나라는 여럿이다. 미국과 영국 외에도 핀란드, 캐나다, 브라질, 홍콩,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에듀테크(교육+기술) 기업들이 개발한 다양한 AI 프로그램이 일대일 맞춤형 교육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 학기 10만원으로 사교육 대체

영국 정부는 올해 초·중학생 1만5800명에게 수학 학습용 프로그램인 ‘서드 스페이스 러닝(TSL)’을 제공했다. AI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학생을 모니터링해 개념 이해가 부족한 부분을 발굴, TSL에 소속된 강사에게 알리면 이를 토대로 매주 한 차례 45분씩 일대일 온라인 과외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영국 교육부는 TSL을 ‘국가 과외 프로그램(NTP)’으로 선정해 수업료의 75%를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한 학기에 약 10만원만 내고 수준 높은 사교육을 받는 셈이다.


AI 수업은 일대일로 이뤄진다. TSL 측이 제공한 영상에 등장하는 제이미라는 이름의 학생은, “크기가 같은 분수를 어떻게 찾았는지 설명해볼래?”라는 튜터의 질문에 “분모와 분자를 각각 2로 나눴어요”라고 대답한다. “정확하게 대답했구나”라는 강사의 칭찬이 돌아온다. AI는 강사의 수업 속도가 너무 빨라 제이미가 중요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감지하면, 그 부분에 밑줄 표시를 해 다시 설명하도록 유도한다. 올해 2월 발표된 TSL 보고서에 따르면, AI 수업을 받은 학생 90%가 그동안 배운 개념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보였고, ‘수학 과목에 자신감이 떨어진다’던 학생 중 70%가 TSL 학습 이후 “자신감이 생겼다”고 답했다.

‘매시아’ 프로그램을 도입한 미 텍사스주 주빌리아카데미에서도 학생들의 수학과목 통과율이 2017년 68%에서 2019년 92%로 24%포인트 올랐다. 그해 학기말 시험에서도 같은 교육구 안에서 평균 수학 성적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공교육 현장이 ▷AI가 현장 교사의 업무 보조 ▷현장 교사와 AI가 협업 ▷학교 현장에서 AI와 교사의 역할이 재정립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 전망한다. 과거에는 초·중·고 교사들이 학업뿐 아니라 정체성 형성 등 사회화 과정까지 모두 담당했다면, 기술이 발전할수록 학업은 AI가 맡고 정서와 관련된 부분에 교사가 역량을 쏟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붕어빵 교육'으로 인재 양성 못 해”

핀란드에서 AI를 통한 학습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핀란드 투르쿠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AI 기반의 일대일 학습 플랫폼인 빌레(ViLLE)는 핀란드 전체 학교의 50%에서 30만명 이상 학생이 사용하고 있다. 이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4000개 이상의 강의와 1만3000개의 연습 문제는 1만4000여 명의 실제 교사들이 협력해 만든 것이다.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교육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 ‘클랜드(Claned)’는 다른 AI 교육 소프트웨어처럼 개인화된 교과과정을 제공하지만 학업 스트레스를 관리해 중도 포기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선 학생들이 사진을 올리거나 댓글을 쓸 수 있고, 토론을 하거나 노트 필기를 공유할 수도 있다. 헬싱키대는 이런 방식의 공부가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비율을 낮춘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많아졌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들과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2024년 교육 현장에 AI가 47% 이상 보급돼 시장 규모는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주호 KDI 교수(전 교육부 장관)는 “농경시대, 산업화시대 교육 방식으로는 ‘교실의 실패’를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AI 교육을 공교육 영역으로 과감하게 끌고 와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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